사단법인 DMZ 생명평화동산 창립총회에서 얼떨결에 축사 비슷한(?) 걸 할 기회가 있었다.
정말 나는 그냥 알만한 사람들 얼굴보고 인사 드리는 자리일 줄 알았는데,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내 앞에 앞에 축사를 했고,
이부영 전 의원, 환경단체의 나름 쟁쟁한 인사들이 다 모이는 장소였다.
더더욱 당황스러웠던 건,
나름 젊음의 컨셉이라고 정장은 커녕 빨간 후드티에 너덜너덜한 청바지를 입고 참석했던 것이었다.
딱 들어가는 순간;;아..;;
젊음이 너무 심했나 싶은 생각이 확;; 들었다..
결국 앞에 나가서 벌벌 떨면서 얘기하고 내려왔는데,
그래도 몇몇 분은 잘 들었다는 인사를 해 주셔서 영광이었다.
끝나고 뒷풀이 자리에서 정성헌 대표님은,
이렇게 어려운 시기일수록 다음 세상의 지향점을 그리는 일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 자리가 되기를, 다시한번 진심으로 바래본다.
아래는 원래 얘기하려고 했던 원고(?) 비슷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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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인사 를 드려야 할지 막막합니다. 많은 분들이 평생을 꿈꿔 온 일에 함께 발기인으로 이름을 넣는 것만으로도 송구스러운데, 이렇게 말씀까지 올리려 하니 죄송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올해는 저에게 잊을 수 없는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그저 대학에서 가졌던 어린 마음이 여러 어르신들을 만나서 함께 자그마한 일이나마 함께 했었고 이 자리에까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치기 어린 마음으로 가득했던 신입생 시절에는 참 많은 것이 우스워 보였습니다. 우러러 보이던 권위도 권력도, 내 마음과 다름없는 더러운 마음이 적당히 섞여 들어가 쌓아올린 모래성으로만 보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옳은 것을 이야기하며 부어댄 술잔도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한 말잔치로 끝나는 모습들에 허무한 마음을 가누기 힘들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유기농 농사를 짓는 농장에서 일을 도와드리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술마시고 말싸움하던 그 때에는 그렇게 복잡하던 머릿속이 땅파고 삽질하고 거름져 나르고 그냥 단순해지고 힘들다 배고프다 뭐 이런 생각만 들더라구요.
그러다가 어느날 씨앗을 보면서 참 신기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씨앗을 그냥 심고 흙을 한 4-5배 두께로 덮은 것 밖에 없는데, 싹이 나면서 이 흙을 들어 엎으면서 나오더라구요. 참, 그 힘이라는 게 어디서 나왔을까. 하면서 그날부터는 씨앗을 관찰하기 시작하는데 얘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게 절로 신이 나더라구요. 그게 제가 철들고 처음 느낀 ‘생명’이라는 단어에 대한 느낌이었습니다.
강가를 따라 50여일을 걸은 청소년들의 일기에 ‘바람이 눈물을 닦아주고 강이 우리를 품어준다’는 표현을 하던데 저도 그 때 자연 속에서 생명을 느끼면서 나무가 잘 생겼다는 말에도 진심으로 공감해 보고, 우리 강산이 금수강산이라는 흔한 표현도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요새 날씨가 많이 추워졌고, 들리는 얘기들도 뭐 그렇게 훈훈한 이야기들보다는 추운 얘기들이 더 많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오늘 버스를 타고 오면서 잎들이 다 떨어져가는 나무들을 보는데, 예전에 들었던 얘기가 생각이 나더라구요. 나무가 이맘때 되면 많이 추워보이잖아요. 여자친구가 없을 때는 에이그..너도 참 쓸쓸하구나 싶기도 하구요.
그런데 나뭇가지에게는 잎들이 떨어져버린 겨울이 유일하게 햇볕을 양껏 받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사실 나뭇가지는 여름 내내 잎사귀에 가려 태양빛을 받지 못하잖아요. 겨울이 돼서야 태양빛을 양껏 받고, 그 힘으로 봄에 새싹을 내고, 여름에 잎사귀를 달고, 가을에 열매를 지탱할 수 있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그 힘이 생명인 거잖아요. 그 생명의 힘은 말잔치가 아닌, 생동하는 진짜 것을 담고 있는 거고..
그런 것들이 저에게는 참 위로가 되요. 이렇게 힘든 시기도 피하지 않고 맞서나가다 보면 더 힘차게 뻗어나갈 봄여름이 오고, 또 자신과 비슷한 생명과 정신을 가진 씨앗과 열매를 맺게 될 가을날이 오게 될 거라는 그런 희망을 가지게 되더라구요.
요새 경제도 그렇고 많이 힘들잖아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IMF 이후에 그런 정신이랄까, 꿈이랄까. 그런 것들을 꿀 수 없게 되면서, 어떤 어려움을 맞서서 꿈꾸는 그런 것들이 없어지면서 그렇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혼자 해 보는데요,
그러면서 참 아깝더라구요. 이 위로를 나 혼자 받는다는 게. 이 생명에 대한 활동이라면 말잔치로 끝나지 않고 그래도 따복따복 한 걸음씩 나갈 수 있는 힘들을 받을 텐데. 그래서 저는 정말 이 'DMZ 생명 평화 동산‘같은 곳이 생긴 게 차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제가 느낀 그 생명에 대한 감동과 그런 것들을 맘속에 채워가면서 커가는 평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위로받고 또 힘차게 나가고 할 힘들을 받을 수 있지 않나 싶어서요. 그런 것들이 퍼져 나가면 많은 것들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성경에 한알이 밀알이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맺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 DMZ 생명 평화동산이 생명과 평화의 열매를 퍼뜨리는 씨앗과 같은 장소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